감사품질은 독립성이 관건.자유계약폐지의 대안;감사인전면지정.지정확대.회계법인품질평가와 회계사기피제도.구성원수와 경력 교육내용차등화점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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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당사자간 날선대립…해법은 있나?
- [조세일보] 김중순, 한용섭, 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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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04.23 07:00 | 수정 : 2014.04.23 07:00
상장협 "지정제 확대, 글로벌 스탠다드 역행…대체 충분"
회계업계 "현행 감사인이 '을'…공정한 감사 기대 어려워"
회계기준원, 감사인 기피권·감사인 평가제 등 보완책 제시
최근 일부 대기업들의 회계부정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국내 회계산업에 상채기를 낸 바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국회와 금융당국에서는 감사인 지정제를 확대해 회계법인들의 공정한 감사를 유도하기 위한 검토작업에 착수한 상태.
이에 <조세일보>는 학계와 회계업계, 연구기관, 기업단체 등의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구해 감사인 지정제에 대한 각 이해관계자별 입장과 바람직한 제도구상을 모색해봤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현재 관련 입법을 진행중이기 때문에 공식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번에 입장표명을 보류했다.
□ 지정제 확대에 대한 이해당사자별 입장은? = 우선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감사인지정제 확대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승렬 상장협 조사본부장은 "감사인 지정제도 확대에 반대한다"며 "이 제도는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제도로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감사인 지정제가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발생시켜 오히려 감사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시각.
이 본부장은 회계법인 파트너 강제교체제도와 감사인 선임위원회 제도 등이 감사인 지정제와 동일한 목적을 갖는 대체제로 볼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학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아예 외감법을 폐지하고 자유선임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감사인 지정을 확대해야 한다는데 동의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광윤 아주대 교수는 "(감사인 지정제 확대에) 당연히 찬성한다"며 "상장법인 지정제는 물론 모든 외부감사를 자유선임제로부터 지정제로 전면 전환해 감사인이 '갑'이 되고 피감사회사가 '을'이 되도록 생태계를 개선해야 독립적 입장에서 공정한 감사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역설했다.
최관 한국회계학회 회장 겸 성균관대 교수는 "자유선임제가 회계사들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면적인 감사인 지정제 또한 바람직하지 못하다. 감사인 간에는 적정한 경쟁이 있어야 피감사회사에 대해 좀 더 우수한 감사품질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가 제시한 타협안은 일부 기업에 대해서만 감사인 지정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
최 회장은 "회계부정의 가능성이 높은 기업, 감사위험이 높은 기업, 상장예정기업,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 감리지적을 받은 기업, 대규모 금융회사,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등과 같은 기준을 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되, 지금보다 그 범위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병일 삼정KPMG 부대표는 "자유선임제는 외부감사인의 선임이 피감사회사 경영진에 의해 좌우되는 점, 감사품질 보다는 감사보수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는 점 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자유선임제를 보완할 수 있는 일정수준까지의 감사인 지정제 확대는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 지정제 vs 자유수임제…제도별 장단점은? = 현행 자유수임제는 감사인을 '을'의 입장으로 전락시켜 객관적인 의견표명이 힘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 감사인지정제의 경우 감사비용 상승과 회계법인의 감사품질 제고노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송재현 중소회계법인 협의회장은 감사인 지정방법의 개선으로 지정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피감사회사를 회계법인들에게 지정해주면서 감사인의 감사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요소들을 반영함으로써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송 회장은 "실력이 없어서 부실감사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감사를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이 못 되기 때문"이라며 "지정제의 확대로 감사품질이 떨어질 수 있을 거라는 논거는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윤경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계감사품질관리 감리위원장은 "지정제 확대에 따라 일정부분 감사비용의 상승은 불가피한 것이며, 이는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이라며 "비정상적으로 낮게 형성돼 있는 현재 감사보수가 보다 정상화된 적정수준으로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유수 상장기업의 경우 외국인 투자지분이 상당한 수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는 우리 기업들도 제대로 된 합리적 수준의 감사보수를 지불하고 감사서비스를 제공받아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지정제 확대를 통해 당분간 기업과 회계법인 간 일부 진통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시장기능에 의해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조정과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권성수 한국회계기준원 상임위원은 "지정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과도한 감사보수의 가능성에 대한 보완장치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특정의 경우 지정감사인 기피권을 피감사회사에게 부여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피감회사는 지정된 감사인을 교체해 달라는 요구를 감독당국에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감사품질 제고 노력 약화에 대한 보완책으로 감사인평가위원회(감독당국 또는 공인회계사회 산하)가 매년 감사인에 대한 평가를 해 평점이 낮은 감사인에게는 지정감사인 대상에서 제외하고 평점 순으로 지정감사 배정을 많이 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광윤 교수는 지정제 확대 시 감사비용이 상승하고 회계법인의 감사품질 제고 노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 잘못된 비판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교수는 "현 자유선임제도 하에서 높은 감사품질보다 감사비용이 낮은 쪽으로 입찰까지 붙여 덤핑을 초래하는 현상을 제거하게 되면, 적절한 감사비용 현실화가 이뤄지고 그에 상응한 감사시간 투입으로 이어져 오히려 감사품질이 제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승렬 상장협 조사본부장은 "감사인을 결정하는 모든 권한을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 등 내부감시기구에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라며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각 기업의 외부감사인 선정기준과 평가결과가 공개될 가능성이 높아 외부감사인이 무조건 '을'의 입장에 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 공정한 감사인 배분 해법은 있나? = 지정제가 확대될 경우, 각 회계법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피감회사들을 정해주는 지 여부가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현재 금감원은 회계법인들이 보유한 회계사의 수와 경력, 외국 해외법인과의 제휴여부 등을 고려해 산정한 점수를 토대로 감사계약을 할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관 회계학회장은 "기본적으로는 회계법인의 감사수행 능력을 기준으로 배분해야 한다"며 "현재 금감원이 실시하고 있는 부실감사의 사전예방적 감독활동인 회계법인에 대한 회계감사 품질감리 결과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재현 중소회계법인 협의회장은 "현재는 감사인 점수가 제일 많은 법인부터 순차적으로 배정하는 방법인데 이로 인해 무조건 회계사의 수가 제일 많은 법인들에게 우선 배정되는 부당한 현상이 전개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라서 감사인 점수가 높은 대형회계법인이 피감기업을 독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새로운 분배제도가 필요하다는 것.
예컨대 감사인 지정을 받은 회사들의 자산이 총 10조원이라면 그 금액을 감사인들의 점수 총합으로 나눠 점수 1점당 자산가액을 가져가는 형태로 계약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병일 삼정KPMG 부대표는 "국제회계사연맹(IFAC)이 제정한 국제품질관리기준(ISQC1)이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회계법인이 소속 구성원의 평가에서 감사품질 수준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품질관리부서에 대한 투자액 △인원구성 및 역할이 충분하고 적정한지 여부 △특정 감사분야를 위한 전문가의 확보 현황 △교육 요건의 관리수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신 부대표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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