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관리비 많은곳과 적은곳 약 3배이상차이 특별수선비 공사비에 리베이트등 문제유발가능성 높은 관리소장 동대표자 사무직원이 임의로 감사인선정
우리가 매월 내는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는 누구도 관심적어 낭비와 비능률 부정 횡령등과 같은 공유지의 비극과 대리인 비용이 모두 발생하는 곳입니다. 아파트 관리비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고지서를 발부하고 관리하지만 관리사무소는 주민들의 돈을 말 그대로 관리만 하는 곳입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어떤 곳인지는 관리사무소에 가서 이런 질문을 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제가 1년 동안 낸 아파트 관리비에 대해 현금영수증을 해 주실 수 있나요?" 아파트 관리비로 자동 이체된 돈을 다 모아서 현금영수증을 받으면 금액이 꽤 될 테니까요. 그러나 아파트 관리비는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습니다. 관리비를 신용카드로 내려고 해도 불가능합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영리업체가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동창회나 산악회 회비를 모임 총무에게 내면서 신용카드로 내겠다고 하거나 현금영수증 발행을 해달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거죠. 아파트 관리를 위해 주민들이 '자기들끼리' 모아서 쓰는 일종의 회비 같은 겁니다.
대부분 학교 동창회 회비가 어떻게 쓰이는 지 관심이 없듯이 아파트 관리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파트 주민들이 스스로 챙겨보지 않으면 아무도 관리해주지 않습니다.
실제 아파트 관리비만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것도 없습니다. 서울시가 2010년에 서울의 2,000여개 아파트들의 관리비를 조사해본 결과 상위 10%의 관리비는 ㎡당 1,385원이었는데 하위 10%의 평균 관리비는 447원이었습니다. 아파트 관리비의 용처가 어느 아파트든 대부분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리비를 알뜰하게 쓰는 아파트와 흥청망청 쓰는 아파트의 차이가 꽤 크다는 걸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 관리비가 흥청망청 쓰이는 사례는 꽤 많지만 대부분은 싸게 살 수 있는 걸 비싸게 사고 그 차액을 리베이트로 받아 챙기는 겁니다. 관리사무소장이 챙기는 경우도 있고, 관리사무소 직원이 챙기는 경우도 있고, 그런 관리사무소장을 감시하라고 만들어놓은 아파트 입주자회의 대표들이 챙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관리비는 연간 12조원에 달할 만큼 규모가 큽니다. 우리나라 주택의 70%가 공동주택이니 그럴 만도 하죠. 지금까지는 아파트 관리비는 동창회비나 산악회 회비 관리하듯이 주민들이 알아서 들여다보거나 말거나 방치했지만 정부도 아파트 관리비가 제대로 관리되는 지 슬슬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부터 300가구 이상 아파트단지는 회계사로부터 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규정도 만들었습니다.
회계감사만 받게 하면 관리비가 제대로 관리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회계감사라는 것은 관리비를 쓰면서 영수증을 제대로 갖춰놓았는지, 그래서 장부상 잔고와 현재 관리비 통장에 들어있는 잔고가 맞는지를 확인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 보일러 수리를 5,000만원 주고 했으면 5,000만원을 지급했다는 영수증이 있는지 확인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실제 보일러 수리비용은 1,000만원인데 수리업체에 5,000만원을 지급하고 관리사무소장이 리베이트로 수천만원을 받았다면 그건 회계감사에서도 적발하기 쉽지 않습니다. 관리사무소 장부에는 5,000만원짜리 영수증이 당당하게 붙어 있을테니까요.
아파트 회계감사를 어떤 회계사에게 시킬지를 결정하는 주체가 관리사무소장이나 입주자대표회의라는 점도 아파트 회계감사 의무화 제도를 머쓱하게 만듭니다. 관리사무소장이나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부른 회계사가 관리사무소장이나 입주자대표회의의 부정이나 비리를 적발할 수 있을까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면 아파트 관리비의 문제는 결국 아파트 주민들이 관리비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시시콜콜 따져보느냐에 달려있습니다. 화단 관리에 300만원을 썼다면 뭘 하는데 그렇게 썼는지 다른 업체들과 비교는 해봤는지 챙겨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마련한 공동주택관리시스템(k-apt.go.kr)은 그런 일을 도와주는 기초적인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 들어가보면 다른 아파트의 관리비가 얼마나 나오는지 알 수 있는데요. 우리 아파트와 비슷한 규모의 다른 아파트들은 관리비를 얼마나 쓰는지 비교할 수 있게 해놨습니다. 생각해보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여기까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진우 경제방송 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