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감사·세무조정·컨설팅 등 전 분야 수익성 악화 우려
올해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회계업계에 부는 찬바람도 싸늘하다. 회계업계 내부에서는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회계업계 매출은 2011년 1조8429억원에서 2012년 2조122억원, 2013년 2조1425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은 9.18%에서 6.47%로 2.71%포인트 줄었다.
회계업계 위기는 무엇보다 회계법인의 주요 수익원으로 볼 수 있는 감사보수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탓이다.
전체 매출 대비 회계감사 비중은 2011년 38%를 차지했으나 2013년에는 35%로 3%포인트 줄었다.
회계업계는 회계법인들 간의 출혈경쟁과 더불어 감사시장이 포화상태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성장성이 정체돼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은 감사보수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야 하는 비용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가 감사보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기업이 감사인을 교체하거나 새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감사보수를 대폭 삭감하는 일도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2011년 IFRS(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감사업무가 대폭 증가한 점을 감안했을 때 감사보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권수영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지난해 조세일보가 개최한 '회계감사 품질 대토론회'에서 "시간당 감사보수가 2003년 8만3000원에서 2012년 8만원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이어 "IFRS 도입 이후 감사시간은 22%나 증가한 반면 감사 단가는 오히려 10%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업무량은 크게 늘어난 반면 감사보수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회계법인의 수익성 악화 요인이 감사보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임원은 "회계법인들의 수익성 악화 문제는 감사보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무조정이나 컨설팅 등 모든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감사를 맡긴 기업들이 세무자문이나 컨설팅을 '공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감사보수를 삭감할 때처럼 컨설팅이나 세무조정 등 비감사용역 보수도 함께 후려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기업의 인수합병(M&A) 증가로 인해 재무자문이나 세무조정은 성장성이 높은 부문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가격 후려치기'로 제 가격을 받지 못해 기대치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이다.
또한 경기침체가 기업의 경비 지출 감소로 이어지면서 회계법인들의 '돈맥(脈)'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돼, 지출을 통제하면서 새로운 용역기회가 감소하고 가격경쟁도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세관청이 세법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면서 경정청구(과다납부한 세액을 바로잡을 것을 요청하는 행위) 용역에서 환급 청구 성공률이 감소해, 기업의 경정청구 요구도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컨설팅 부문은 경기둔화의 영향을 직격탄으로 맞고 있다. 경기가 둔화되면 영업과 관련이 적은 비용을 가장 먼저 줄이기 때문에 회계법인이 기업에 제공하는 정보기술(IT)이나 경영자문 등 컨설팅 서비스는 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컨설팅 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하며 최근 2~3년간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다.
한 회계법인 고위 임원은 "기업들이 경기침체 극복 차원에서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회계법인들의 수익성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올해도 회계법인들은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이와 같은 현상을 반영하듯 업계를 떠나는 회계사들도 속속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회계법인 소속과 개업 회계사를 제외하고 회계사회에 등록된 휴업 회원은 전체 회계사의 34.5%인 5965명이다. 이중 10명 중 7명은 일반기업이나 금융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인회계사 시험 지원자 역시 해마다 줄면서 올해에는 6년 만에 1만명 밑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