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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수주받는 갑을관계에서 외부감사회계법인은 독립성이 없고 기업이 원하는 대로 재무제표작성하는 용역업체로 전락 외부감사가 다른서비스의 미끼

박윤종회계세무박사829-7555 2014. 12. 19. 10:23

기업은 일감 주는 '甲'… 회계법인, 제 역할 못해

    입력 : 2014.11.05 05:28

    [모뉴엘 등 잇단 분식 회계… '부실 회계감사' 도마 위에]

    감사 업무로 한번 거래 튼 후 경영컨설팅 등 서비스 계약
    회계사들, 기업이 해달라는 대로 재무제표 확인만 하는 경우 많아
    1~5년 차 회계사 이직 늘어 수습 회계사 비중 높아져 문제

    6000억원대 대출 사기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모뉴엘의 재무제표를 보면, 매출이 2007년 240억원에서 지난해 1조2737억원으로 53배가 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억원에서 1103억원으로 64배가 됐다. 그런데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차입금이 1019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급증하는데 단기차입금에 의존하는 기업은 누가 봐도 이상하다"며 "이런 내용의 재무제표가 어떻게 외부 감사를 통과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뉴엘의 회계감사를 담당한 C회계법인은 소속 회계사가 18명 정도인 소형 회계법인이다.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 분식 회계가 확인되면 이 회계법인은 과실 정도에 따라 과태료, 영업정지를 받을 수 있고, 공모 혐의가 확인되면 형사고발 될 수도 있다.

    모뉴엘 사건을 계기로 회계법인들의 부실 회계감사 문제가 또다시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의 재무제표는 자산, 부채, 매출, 순이익 등 기업의 현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서류이다. 투자자들은 이를 보고 해당 기업의 주식을 사고, 은행은 돈을 빌려주고, 관련 기업은 거래를 튼다. 그런데 '모뉴엘 사태'에서 드러났듯 회계법인들이 기업의 분식 회계를 막는 '1차 방어선' 역할을 전혀 못 하고 있다. 왜 그럴까.

    모뉴엘 사태 예방 못 한 회계법인

    정부는 자산 100억원 이상 주식회사 등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대해 '외부 감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회사가 자체적으로 작성한 재무제표가 제대로 됐는지 회계법인이 각종 서류 점검과 현장 실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외부 감사를 받는 법인은 총 2만2000개로 전체 법인의 4.5% 정도 된다. 그런데 외부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분식 회계 사건이 자주 터지고 있다. 모뉴엘 외에도 한신공영, 효성 등 분식 회계 의혹을 받는 기업들은 부지기수다.

    기업들의 분식 회계가 끊이지 않는 것은 회계법인이 제 역할을 하기 힘든 구조적인 요인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 격화하는 회계법인 업계 그래프
    회계법인이 한 개 기업을 감사하고 받는 돈은 지난해 기준 평균 2800만원 수준이다. 이 정도 수입으론 법인 운영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회계법인들은 기업 감사를 하면서 세무, 경영컨설팅 등 서비스를 해주고 용역 수입도 얻고 있다. 삼정KPMG의 한 회계사는 "감사 업무로 한번 거래를 튼 후 영업을 통해 다른 서비스 계약도 맺는 경우가 많다"며 "편의점의 담배처럼 감사 업무가 다른 서비스를 팔기 위한 미끼상품 구실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이운룡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726개 상장 회사들은 감사용역 보수로 총 862억원을 지출하고, 용역 보수로 418억원을 썼다. 회계법인 입장에서 이런 수입을 포기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에 따라 회계사들은 웬만한 지적 사항은 대충 넘어가면서 기업이 해달라는 대로 재무제표 확인만 하는 경우가 많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대표는 "회계법인이 기업이 원하는 대로 보고서를 만들어준 뒤 돈을 받는 용역 업체로 전락했다"고 토로했다.

    베테랑은 떠나고, 수습 회계사 의존도 높아져

    회계법인 숫자는 2011년 274개에서 올해 8월 422개로 증가했다. 매년 1000명 가까운 회계사가 배출된 데 따른 것이다.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경쟁이 격화되니 회계사에 대한 처우가 날로 악화하고 있다. 수습을 뗀 초임 회계사의 연봉은 4000만원가량으로 웬만한 대기업 신입사원 수준이다. 하지만 5년 차가 돼도 5000만원 수준이고, 책임자 직급으로 올라서도 억대 연봉은 꿈꾸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입사 후 떠나는 회계사들이 많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회계법인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등록 1~5년 차 회계사 숫자가 9대 법인 기준으로 2010년 1834명에서 지난해 1751명으로 감소했다. 이들이 회계법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7%에서 33.7%로 줄었다.

    베테랑 회계사의 빈자리는 매년 1000명씩 공급되는 수습 회계사들이 메우고 있다. 2010년 1107명(24%)에서 지난해 1388명(26.7%)으로 늘었다. 수습 회계사들이 현장에 투입되는 일이 잦아졌고 감사 품질도 떨어지고 있다. 기업의 회계 부정을 근절하려면 무엇보다 회계법인과 기업 간 갑을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새누리당 이운룡 의원은 "회계법인이 소신대로 감사를 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합리적인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